코로나 이후의 슬기로운 노년생활 Ⅱ

코로나 이후의 장수생활


얼마 전, 출근길에 인터넷으로 샀던 자세교정용 등받이를 들고 주차장을 지나가고 있을 때였다. 휠체어에 탄 노인 분이 나를 향해 무언가 손짓을 했는데, 내가 들고 가는 보조 등받이를 당신에게 팔 수 있냐는 거다. 본인도 그렇지만 집에 있는 부인이 허리가 아파서, 그런 등받이가 필요하다는 거다.
그냥 팔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어떻게 돈을 받을 것이며, 또 다시 인터넷으로 살 생각을 하니 귀찮은 생각에 “인터넷에 가면 사실 수 있어요”하고 대답하고, “인터넷 쇼핑하실 수 있죠?”라는 내 질문에 80은 훨씬 넘어 보이는 노인 분의 좌절한 듯, 고개를 저으시는 것을 보면서, “댁에 자녀들이나 손주들에게 인터넷 쇼핑으로 사달라고 하세요”하고 도망치듯 떠나왔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또 얼마 전에는 나이든 국민배우라는 분이 매니저로부터 과도한 업무와 부당한 처사로 인해 고발을 당한 적이 있다. 그 내용 중에는 매니저의 업무와 상관없는 쇼핑업무와 같은 일을 두세 번 시켰다는 것인데, 해명을 들어보니, 노배우와 그 부인이 인터넷쇼핑을 못하니 대신 부탁했다는 거다. 참으로 각박하고 서글픈 세상이 되어버렸다. 


노동법이나 최저임금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고, 나이 먹은 슬픔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노인들에게는 이제 코로나로 인해 쇼핑몰이나 마트에 가는 것도 꺼려지며, 가족들은 그런 곳에 가지 말라고 성화이다. 언젠가 산책이나 야외활동이 어려우면, 백화점이나 쇼핑센터 내에서 천천히 걸어 다니는 ‘몰링(Malling)’을 노인들에게 권한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 마저도 어렵게 되었다.


앞서 휠체어노인이나 국민배우분과 같이 인터넷쇼핑을 못하는 노인은 지금의 팬더믹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생존해야 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담론이 필요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람들의 관심은 많지 않은 것 같다.


60대만 하더라도 디지털시대와의 공존에 대해 그다지 부담이 없지만, 70대나 80대로 올라갈수록 이 격차는 너무나 커진다. 주로 ‘디지털 핸디캡’으로 표현되는 이런 격차를 메우는 것이 코로나 이후의 건강한 노인생활에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노인세대의 코로나의 사망률이 일반 젊은 세대에 비해 무려 100배가 차이 나는 것은 대부분 노인들이 갖고 있는 기저질환 때문이다. 병에 걸린 후 치료야 당연한 것이지만,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을 잘해서, 더욱 건강하고 높은 면역체계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이런 감염병과 같은 외부의 공격에도 노인들의 생존율도 높아질 것이다.


운동으로 예방하면 되지 않느냐고 간단히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이 모든 노력은 노인들의 의, 식, 주와 여가 및 취미 등 전 생활에 걸쳐 골고루 균형 있게 나타나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와 사회가 그리고 일반 기업들이 동일한 인식을 갖고 예방적인 차원에서 노인들의 건전한 생활을 위해 모든 인프라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만 되면, 노인의 마지막 여명기에 들어가는 막대한 치료의 비용을 대폭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되므로, 국가 차원에서도 결코 손해가 아니다.


인생이 한편의 마라톤이나 여행이라면, 노인은 거의 결승점에 다가가는 힘이 빠져가는 선수이며 마지막 인생길의 선배 여행자일 뿐이다. 시대적인 흐름에 빠르게 따라가지 못하는 좀 느린 시니어 세대일 뿐이므로 약간의 도움만 있다면, 사회의 흐름에 맞게, 남은 여생을 주도적으로, 건강하게 마칠 수 있다.

따라서 효과적인 경기운영과 마지막까지의 완주를 위해 필요한 전략과 이를 도와줄 약간의 코칭이 필요하다.


얼마 전 코로나의 집단감염이 불법방문판매업체의 판매원으로부터 늘어났다는 뉴스가 있었다. 이들 불법 방판업체의 주 고객은 노인들인데, 엉터리 정보를 토대로 노인들의 외로움을 불법적으로 이용하는 한, 방문판매업체의 못된 상행위는 계속될 것이다. 대부분의 인생의 지혜는 잘 알고 있지만, 다만 현재 노인들 주변에서 빠르게 변하고 있는 각종의 생활정보나 요령, 그리고 법적이며 제도적인 도움과 의료적 혜택 등의 다양한 정보에 대해 정확하고, 빠른 지름길을 알려줄 수 있는 신뢰 있는 도우미가 필요하다.


노인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서  직접 시키겠다는 의도는 아니다. 다만 너무 많은 정보는 없는 것과 같다는 교훈에서 노인들에게는 현대 사회가 갖고 있는 다양한 정보에 대해 접근을 도와주는 도우미나 코치와 같은 존재가 있다면, 노인도 이 사회에 보다 당당해 지지 않을 까 하는 생각에서이다. 이러한 당당한 노인생활은 세계적인 장수학자인 박상철교수가 제시하는 ‘자신감 있는 장수생활(Confident Aging)’과도 매우 부합하는 개념일 수 있다.


‘디지털 노마드’란 말이 한때 유행했었다. 시간과 장소 및 직장 등에 구애를 받지 않으며, 각종의 디지털 장비를 장착하여, 어디서든지 인터넷과 연결되어, 자신만의 컨텐츠를 쏟아내는 사람을 가리켜 ‘디지털 유목민’이라 명명했는데, 사실 이 대상은 어쩌면 시니어세대에게 더 적합할 수 있다.


디지털에 대한 이해와 실행 능력만 충분하다면,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오히려 자유롭고, 더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사상과 생각을 디지털세계 안에서 만들어 가는 시니어세대야말로 적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다음 편에서는 '시니어 라이프 코치'의 역할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논의를 해 보고자 한다. 


[사진=imtmphoto/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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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