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몸을 살려주는 춤, 인생이 달라진다


사람의 몸은 시시각각 변한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성장과 노화가 진행되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더 좋은 몸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일로 몸을 다치는 경우가 있다. 한번 다치면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이 과정에서 조급한 마음에 혹은 일에 쫓겨서 무리를 하다 보면 계속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간다. 운동이나 춤을 하는 사람들은 달라지는 몸에 자세나 동작을 맞추어야 하는데, 이것이 잘못되면 밸런스가 깨지고 원래 능력을 되찾지 못한다.

그런데, 다른 측면에서 적절한 운동은 건강한 몸과 마음을 되찾는데 도움을 준다. 재활치료가 대표적인 예이다. 춤은 마음을 몸의 흐름으로 구현하므로 운동과 다른 차원에서 부상 회복에 큰 도움을 준다. 자칫 지루하고 답답할 수 있는 재활치료를 춤 나름의 흥에 힘입어 편하게 할 수 있는 만큼 움직이기 때문이다. 음향과 조명, 향기를 더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춤은 진단과 재활의 파트너


춤은 동작을 만드는 준비 단계가 있다. 어떤 자세가 잘 나오지 않거나 불편하면 (비록 의학적 부상은 아니더라도) 어딘가 문제가 있다는 뜻인데, 몸의 균형을 만드는 근육(static muscle)의 상태를 빨리 알아내서 대비할 수 있다. 필자는 한국무용 동작을 연습하면서 오래전 다쳤던 무릎 근육에 무리가 쌓였음을 발견한 일이 있다. 한참 근육운동을 해서 다리가 탄탄해졌지만, 이른바 작은 속 근육들과 밸런스가 깨졌는데 겉으로 보이는 몸 상태만 믿고 스쿼트 같은 강한 운동을 했기 때문이다.

춤은 부상 이후 회복 과정에서도 몸의 상태를 확인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다쳐서 안 쓰는 (혹은 보호하는) 부위가 약해져서 밸런스가 변한 것을 스스로 느끼고 맞추어 가는데 효과적이다. 춤의 동작들은 기본적으로 몸의 균형을 만들면서 근육을 섬세하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수술이나 출산으로 약해진 몸은 특정부위의 재활운동과 달리 몸 전체를 느끼면서 새로 만들어가야 하는데, 발레의 준비동작이나 한국무용의 느린 춤사위는 통증을 다스려가면서 균형을 잡고 신체능력을 회복하는데 효과적이다.

부상은 마음에도 후유증을 남긴다. 다쳤던 동작에 대한 트라우마(trauma) 때문에 제대로 몸을 쓰지 못하고 자신감을 잃어 버리곤 하는데, 팔꿈치나 어깨를 다친 투수가 힘껏 공을 뿌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춤은 힘과 속도의 완급으로 몸을 다스리기 때문에 부담이 작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동작을 찾을 수 있다. 음악과 함께 하면 정신적 회복에 도움이 되고 걱정과 지루함을 이겨낼 수 있다. 아픔에 대한 두려움, 다시 다칠 수 있다는 걱정을 이겨내면 재활의 절반을 해낸 셈이다.

월드컵 축구에서도 보듯이 모든 운동경기는 크든 작든 몸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회복시간이 필요하다. 휴식일 수도 있지만 짧고 작은 재활일 수도 있다. 춤은 준비동작 자체가 효과적 스트레칭이고, 손상된 부위를 느끼면서 대응책을 찾아가는데 좋은 파트너가 된다. 필자는 상담심리에서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노인 여성의 재활을 도와서 큰 성과를 얻은 경험이 있다. 춤을 배우는 시간만큼 쉬는 시간의 대화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김수진, 댄스 인스트럭터, 아그네스 인스티튜트 대표)

응용문제를 풀어보자

수학공부를 할 때 기본 문제와 응용 문제가 있듯이 춤에도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몸이 관절에 주는 무게가 고민이면 물 속에서 해볼 수 있는데, 수중 에어로빅이 비슷한 예이다. 힘줄과 인대의 부상이 만성적인 골관절 염증으로 진전된 경우 특히 효과적인데, 단기간에 체중을 줄이고 근육을 붙이기 어려운 현실에서 물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여름철 바닷물에서 모래찜질로 몸을 예열한 후에 강사와 같이 동작을 해보면 좋다. 수중 에어로빅 프로그램이 없는 수영장의 경우, 사전에 시간을 잡아서 여러 수강생들을 모집하는 방법도 있다. 재활의학 분야에서 골관절 염증에 대해서 ‘온열(溫熱)치료’와 부하조절 운동이 적용된 사례라 할 수 있다.

춤을 배울 때는 초급 단계의 레슨에서도 가급적 의상을 갖추어 입는다. 지루하고 불안한 재활과정이지만 평소에 못 입는 예쁜 옷을 입고 음악에 맞추어 몸을 움직이다 보면 눈에 띄게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골프장 가는 즐거움의 하나가 흰 바지에 핑크색 티셔츠 입어보는 것이란 말도 있듯이 옷은 삶에 대한 새로운 긴장과 재미를 준다. 필자는 부상으로 답답하고 우울할 때 발레복과 댄스스포츠 의상을 입어보고 과거 공연 사진을 보면서 마음을 달랬던 경험이 있다.

춤은 대화이다. 솔로(solo) 댄스는 무대에 있는 동료들, 그리고 관객들과 교감이고, 듀엣(duet) 댄스는 직접 파트너와의 대화이기도 하다. 듀엣 댄스를 레슨, 특히 재활 지원에 활용하면 몸의 미세한 변화나 통증을 함께 이야기하며 심정적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다. 피트니스 센터의 트레이너들이 수강생과 호흡하면서 격려하고 리듬을 맞춰주는 것과 비슷한데, 강사가 파트너 수강생의 몸과 행동 특성을 잘 알수록 무리 없이 몸상태를 끌어올려줄 수 있다. 드라마 다모(茶母)에서 이서진이 하지원에게 한 대사, “아프냐? 나도 아프다..”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필자는 춤을 소재로 한 영화의 듀엣 댄스 장면들을 수강생과 따라 하면서 재미를 더해본 경험이 있다. 지루하고 심란한 재활 프로그램에 적용해볼만 하다.

어색하고 부끄러운가?

춤을 어색하고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있다. 나의 몸을 보이며 표현하는 것이 그렇고, 잘 못한다는 생각에서 더 그럴지도 모른다. 다친 몸으로 춤을 추려니 더 민망할 수도 있다. 춤을 처음 배우는 수강생들이 흔히 얘기하는 어려움인데, 사실 사람들은 타인의 일에 큰 관심이 없다. 수영장에서 마주친 사람들을 과연 몇 명이나 기억하는지 생각해 보면 된다. 어색해서 움츠리는 모습이 더 민망하고 기억에 남는다.

그래도 부끄럽다면 사람들 없는 곳에서 추면 된다. 적절한 코디로 얼마든지 예쁘지만 남들은 못 알아보게 꾸밀 수도 있다. 물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추면 훨씬 편하다. 그래서 단체 레슨이 효과적이다. 좋은 춤 선생님은 어색함을 풀어주고 더 잘하게 가르칠 수 있다. 다친 몸과 마음을 춤으로 다스리려면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근육과 관절, 통증의 원리와 처방, 트라우마의 해소는 춤 공부만으로는 어렵다.

춤 선생님이 재활치료와 심리치료를 공부하고, 재활치료사나 심리상담사가 춤을 공부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몸과 마음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한가지도 제대로 하기 힘든 세상에 무리한 주문이 아닌가 생각도 들지만, 서로 다른 영역에 대해서 기본적 이해를 갖추면 함께 팀으로 일할 수 있다. 최근 무용의 여러 동작들을 연구해서 심리치료에 적용한 댄스 테라피(dance therapy)가 관심을 끌고 있는 점에 주목해보고 싶다.

다친 몸을 회복하는 재활은 정말 힘들고 걱정스러운 경험이다. 삶의 현실 때문에 서두르다 더 다치고 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춤이 모든 어려움을 풀어줄 수는 없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마음 편하게 더 빨리 회복할 수 있게 도울 수는 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필자도 걱정 속에 재활을 하고 있다. 새해에는 모두들 덜 다치고 빨리 낫는 날들이 되시기를 바란다.

(필자: 김수진, 댄스 인스트럭터, 아그네스 인스티튜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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