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과 호흡으로 몸과 마음의 밸런스를


어렵고 복잡한 동작일수록 밸런스를 잡기 어렵다. 그래서 더 높은 수준의 운동능력이 필요하다. 최고 수준의 무용수는 남들이 따라하기 어려운 동작을 흐트러짐 없이 해내는데, 이는 김연아의 피겨 스케이팅에서도 볼 수 있다. 마음이 혼란스러우면 정신집중이 어렵고 온몸을 정교하게 맞추어내는 협응력도 떨어져서 밸런스가 흐트러진다. 스캔들에 시달리는 운동선수가 집중을 잃거나 동작에 부조화가 생겨서 다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주말 골퍼들의 부상도 사실은 복잡하고 심란한 생각들로 몸에 기능적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몸의 밸런스가 깨지면 신체적 활동능력이 떨어지고 마음의 혼란은 몸의 밸런스를 더욱 무너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 마음의 밸런스를 찾고 몸의 밸런스를 더하면 더 높은 수준의 신체기능을 가질 수 있고 부상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명상은 몸과 마음의 밸런스에 큰 도움이 된다.



몸과 마음의 밸런스, 생활 속에서 꾸준히

필자는 오랜 시간 춤과 함께 하면서 나름대로 밸런스에는 자신이 있었다. 부상으로 발레를 중단할 때도 그나마 밸런스를 잘 유지해서 더 큰 부상을 막을 수 있었는데, 몇 가지 경험이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중학교 때의 일이다. 발레 학원을 다니려면 왕복 3시간을 지하철에서 보내야 했다. 아까운 시간을 활용하고자 지하철을 기다릴 때는 번갈아 가며 한쪽 다리를 들고 발레 동작을 연상하며 균형을 잡아 보았다.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도 손잡이를 잡지 않고 열차의 진동에 맞추어서 작은 동작을 시도하며 자세를 잡는 연습을 했다.


하루에 3시간씩 연습한 덕분인지 나중에는 점프 후 착지 동작에서 좌우 밸런스를 잡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이는 나중에 댄스 스포츠에서 파트너와의 호흡을 맞추는데도 유용하게 쓰였다. 습관이 되었는지 요즘도 어디서든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싶으면 자연스레 한쪽 다리를 들고 이런저런 동작을 시도하며 밸런스를 잡곤 한다.

야구선수, 특히 투수들은 투구 밸런스가 깨지면 중심 이동에 변화가 생기고 공을 뿌리는 포인트가 달라진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제구력이 떨어지거나 몸에 무리가 생겨서 부상으로 이어지고.. 오랜 시간 함께 한 몸이고 반복 훈련으로 익숙해진 동작인데, 이유가 뭘까?


사람의 몸은 변하기 때문이다. 근육의 분포나 구성이 달라지거나 체지방이 붙고, 혹은 근골격계의 부담으로 통증이 생기면 달라진 몸 상태에 맞추어 동작의 변화가 생기고 이것이 몸에 붙는 과정에서 무리가 따른다. (인간의 정신력이 참 신기해서, 가혹한 고문에는 버틸 수 있어도 몸의 작은 부상으로 생기는 통증에는 무의식 중에 자세와 동작을 바꿔서 적응한다.)

발레리나가 늘 같은 기초 동작을 반복하고 야구 투수들이 불펜 피칭과 롱 토스를 하는 것은 나날이 다른 자신의 몸에 동작과 밸런스를 맞추며 적응해 내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부상 후의 재활과 실전 적응은 많이 달라진 몸 상태에 맞추어 동작과 밸런스를 만들어내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과거와 다른 몸에 실망하는 마음을 다잡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더 빨리 잘해보려고 이런 저런 시도를 하다 나쁜 습관이 생기면 회복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강속구 투수 류현진이 더 수준 높은 메이저리그에서 부상을 이겨내고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새로운 투수로 거듭나는 것을 보면서 부상으로 사랑하는 발레를 포기했던 나의 부족함을 깊이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김수진, 댄스 인스트럭터, 아그네스 인스티튜트 대표)




달라지는 몸에 맞는 새로운 밸런스

상당한 수준의 운동선수나 갑자기 은퇴하고는 몸 상태와 운동능력이 떨어져서 시간이 지난 후에는 동호인 수준에도 못 미치는 능력을 보이는 경우를 간혹 본다. 춤에 대한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체중이 급격하게 늘더니 춤은 생각도 하기 싫어하는 친구도 있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운동이나 춤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 있다. 이 수준에 미치지 못할 때, 새로운 변화나 적응을 포기하고 마음까지 떼어내 버린 결과이다. 필자도 이런 경험이 있는데, 왜 좀더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후회하고 있다.

최근 테니스를 시작하면서 운동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한때 세계 최고수준의 선수들이 여전히 시니어 대회를 뛰고 관중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던 스타들이 나이를 들어 (배 나온 분들도 있고) 예전 같은 실력은 아니지만 그래도 같이 즐기며 세월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것을 본다.


사실 나의 댄스 레슨도 강습이자 동호인 모임 같이 진행 되는데, 왜 나는 한때 최고의 모습이 아님을 아쉬워할까? 타고난 몸이 아니라서, 혹은 늦게 시작해서 부족함이 있지만 누구 못지 않은 애정을 가진 제자들이 있는데, 왜 같이 사회인 발레를 해볼 생각을 안했을까?

25살 발레리나의 몸이 16살 때와 같을 리가 없고, 40이 되어 발레 선생님이 되어 시범을 보일 때는 더욱 다를 수 밖에 없다. 꾸준한 스트레칭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유연성과 근력을 유지해도 인대와 연골은 강화되지 않고 약해지기 때문에 같은 수준의 동작을 만들려면 달라지는 몸에 맞는 밸런스를 찾아야 하고, 어느 시점에는 다른 수준의 동작과 역할을 찾아야 한다.


매일 연습할 여유도 없으니 실력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에이징 테니스(aging tennis), 에이징 골프(aging golf)는 이런 현실에 맞추어 자신의 운동을 지켜가는 담담한 노력이다.





명상의 힘

명상은 마음의 잡티를 털어내고 여유를 만들어준다. 그러면 정신 집중도 쉬워지고 몸과 마음의 균형이 복원되어서 신체적 활동능력이 제 자리를 찾는다. 시간에 쫓기다 보니 미처 돌아보지 못한 점들이 하나씩 생각난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수많은 실수를 한다. 힘들고 지쳐서 만사 귀찮아졌을 때, 버텨낼 자신이 없던 경험은 누구나 있다. 믿었던 친구의 배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등 감당하기 힘든 아픔도 있다. 조금만 여유를 갖고 앞뒤를 살폈더라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더 알아보았다면 어땠을까 반성하다 보면 1주일에 한번 교회라도 꾸준히 갔더라면 어땠을까 생각도 든다.


명상이 이런 모든 문제들을 풀어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한 번 더 살펴보고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는, 그리고 어렵지만 최선의 답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명상은 바른 호흡이 더해질 때 더 효과적이다. 알맞은 조명과 온도, 그리고 향기가 함께하면 더욱 좋다. 다음 글에서는 이런 ‘분위기 조성의 미학’을 함께 생각해 보겠다.

(필자: 김수진, 댄스 인스트럭터, 아그네스 인스티튜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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