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사회는 임산부와 신생아 건강을 둘러싼 거대한 논쟁에 휘말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임신 중 타이레놀(Tylenol)의 복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내놓으면서다.
그는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 파라세타몰 Paracetamol) 성분이 자폐증(Autism Spectrum Disorder)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 ADHD)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산모와 태아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이 발언은 곧바로 미국 의학계와 제약업계, 그리고 국제 보건기구들 사이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산부인과 학회(American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ecologists, ACOG)는 “현 시점에서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부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해열•진통제”라고 강조하며 대통령 발언을 “불필요한 공포 조장”이라 규정했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역시 동일한 입장을 표명하며, 현재까지의 과학적 근거로는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약물이 아니다. 이것은 현대 의학의 권위와 대중의 불신, 그리고 자연의학•대체의학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여지가 교차하는 복합적 사건이다.
특히 아로마테라피(Aromatherapy) 진영에서는 이번 사태를 새로운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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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증•ADHD의 연관성 논란
하버드 공중보건대학(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은 2021년부터 아세트아미노펜과 신경발달장애의 연관성을 제기해 왔다. 최근에는 마운트 시나이(Mount Sinai) 연구팀이 ‘네비게이션 가이드(Navigation Guide)’라는 체계적 검토 기준을 적용하여,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이 자폐증 및 ADHD 위험과 연관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자매•형제 비교 연구(sibling-controlled studies)에서는 유의미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유전적 요인이나 가족 환경이 주요 교란 변수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현재까지의 데이터는 “가능성(possible association)” 수준일 뿐,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DA(미국 식품의약국)는 예방적 차원에서 임신부 복용 관련 경고 문구를 추가하는 라벨 개정 절차를 시작하였다.
이처럼 학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Cuba)의 사례를 언급하며 “쿠바에는 돈이 없어서, 타이레놀이 보급되지 않아서 자폐아가 없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이는 국제학계가 즉각 반박한 부분이다. 자폐증의 진단률은 의료 시스템의 발달 정도, 사회적 인식, 유전자적 배경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므로 단순한 약물 사용 여부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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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의 고통과 의료 현실
임신 중 고열과 통증은 태아 발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조산 위험을 높인다.
따라서 산부인과 의사들은 오히려 적절한 시기에 아세트아미노펜을 사용하는 것이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지키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 산부인과 학회는 “필요하다면 최저 유효 용량(minimum effective dose)을 최단 기간(the shortest possible duration) 동안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기존 권고를 유지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의료계와 대체의학계가 충돌한다.
일부 대체의학 종사자들은 “현대 약물의 잠재적 위험성”을 부각시키며 대체 요법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거나 과장될 경우 대중의 불신을 더욱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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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마테라피의 진통•소염 가능성
그렇다면 아로마테라피는 이 논쟁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까?
에센셜오일(Essential Oils) 중 일부는 이미 다양한 실험실 연구에서 항염(anti-inflammatory), 진통(analgesic), 진정(sedative) 작용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성분과 오일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리날룰(Linalool): 라벤더(Lavandula angustifolia)와 코리앤더(Coriandrum sativum)에 다량 함유. 신경계 진정작용과 경미한 진통효과가 보고됨.
• 멘톨(Menthol): 페퍼민트(Mentha piperita)의 주요 성분. TRPM8 수용체를 자극하여 냉감효과와 국소진통 작용을 유도함.
• 1,8-시네올(1,8-Cineole): 유칼립투스(Eucalyptus globulus)와 로즈마리(Rosmarinus officinalis)에 풍부. 항염•거담작용과 더불어 경미한 진통효과 보고.
• β-카리오필렌(β-Caryophyllene): 블랙페퍼(Piper nigrum), 클로브(Syzygium aromaticum)에 존재. 카나비노이드 수용체(CB2)와 상호작용하여 항염 및 진통효과 발휘.
이들 성분은 COX-2 억제, 염증성 사이토카인(TNF-α, IL-6) 감소, 신경전달물질 조절 등을 통해 약리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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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아로마테라피의 활용과 주의점
그러나 임신부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안전하다”는 근거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국제 아로마테라피 협회(International Federation of Professional Aromatherapists, IFPA)나 일본 메디컬 아로마테라피 협회(Japan Medical Aromatherapy Association / JMAA) 등은 공통적으로 임신부에게는 1% 이하의 저농도 희석을 권장하며, 자궁 수축 위험이 있는 오일(클라리세이지, 시나몬, 바질 등)은 피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예를 들어, JMAA에서 제시하는 임신부용 안전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 라벤더(Lavandula angustifolia) 1방울 + 로즈우드(Aniba rosaeodora) 1방울 + 스위트아몬드 오일(Sweet Almond Oil)이나 천연 젤 10ml 희석
→ 발목 마사지나 손목 흡입용으로 활용 가능.
• 페퍼민트(Mentha piperita) 소량(0.5% 이하) + 캐리어 오일
→ 두통 시 관자놀이에 가볍게 바르거나, 냉찜질 효과.
이러한 레시피는 “진통제의 완전 대체”가 아닌, 보완적 보조요법(Complementary Therapy)으로서 활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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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잡힌 시각의 필요성
이번 타이레놀 논란은 현대의학과 자연의학, 제약산업과 소비자 신뢰, 과학적 근거와 정치적 언급이 충돌하는 복합적 사건이다.
아로마테라피 진영이 이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근거 없는 과장”이 아니라 책임 있는 근거 제시와 제한적•조건적 권고가 필요하다.
칼럼을 마무리하며 우리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
1. 아세트아미노펜의 위험성은 “가능성” 수준이지 “확정”이 아니다.
2. 그러나 약물의 잠재적 부작용 가능성은 새로운 치료 대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인다.
3. 아로마테라피는 과학적 근거가 일부 확보된 안전한 보완요법으로서, 특히 경미한 통증과 불안을 관리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4. 임신부에게는 반드시 저농도•국소적•한시적 사용 원칙이 필요하다.
5. 앞으로 아로마테라피 진영도 임상연구와 학술 근거를 강화하여, 단순한 대체가 아닌 과학적 보완의학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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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의학적 공포를 불러일으켰고, 그 과정에서 제약사의 주가가 요동쳤으며, 산부인과 학회와 국제 보건기구의 반발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 소란 속에서도 우리는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바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균형 잡힌 대안의 필요성이다.
아로마테라피는 그 대안의 한 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타이레놀을 완전히 대체한다”는 극단적 주장으로가 아니라, “임신부와 태아의 안전을 지키는 조심스럽고 보완적인 치료”라는 맥락 속에서만 의미가 있다.
앞으로 이 논쟁이 어떻게 전개되든, 아로마테라피 진영은 과학과 자연의 경계에서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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