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들어서면서 현대의학의 급속한 발전에는 현대적인 제약산업이 그 근간을 이루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질병이 퇴치되고 예방되고 있으며, 인간의 평균수명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혁신적인 의료와 제약산업의 발전의 반작용이라고나 할까, 질병퇴치에 대한 인간의 조급함도 날로 그 정도를 더해가고 있다.
그 동안 불치로 알려져 있던 분야로 확장되는 것뿐 아니라 빠르게 병증의 증상을 개선시키는 기간, 즉 치료의 속도가 중요해지지만, 부작용으로써, 원인을 치료하는 것보다 증상을 호전시키는 대증요법을 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료진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때로는 시간을 갖고 병증의 원인에 집중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에센셜 오일에 의한 메디컬 아로마테라피는 시간이 걸리지만, 병의 근본적인 원인도 치료할 수 있는 일종의 ‘슬로우 테라피(Slow Therapy)’라는 치유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이해한다면 아로마테라피의 치유효능은 극대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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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대인의 불면과 불안 – 빠른 약과 그 그림자
예를 들면, 불면증(Insomnia)과 불안(Anxiety)은 현대 사회의 대표적 만성 증상이다. 직장과 가정에서 쌓이는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습관, 과도한 디지털 자극이 자율신경계(Autonomic Nervous System)를 교란시킨다.
병원을 찾으면 의사는 흔히 수면제(Sleeping pills)나 항불안제(Anti-anxiety drugs)를 처방한다.
수면제는 벤조디아제핀계(Benzodiazepines), 비(非)벤조디아제핀계 약물(Z-drugs), 항히스타민제(Antihistamines) 등으로 나뉘며, 신경전달물질 GABA(감마아미노부티르산)를 증강시켜 뇌를 빠르게 억제한다.
항불안제 역시 유사한 작용을 통해 신경계를 진정시킨다. 결과적으로 환자는 복용 후 단시간에 깊은 잠에 빠지거나 불안이 억제되는 경험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약물은 “강제적 억제”라는 특성을 가진다. 의존성, 내성, 금단 증상, 간과 신장에 대한 부담, 집중력 저하 같은 부작용이 흔하다. 더 큰 문제는, 약물을 중단하면 증상이 재발하거나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즉, 약물은 “스위치를 강제로 꺼버리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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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로마테라피의 대표적 약리효능 – 진정(Sedation)
에센셜오일(Essential Oils)이 제공하는 대표적 약리효능은 진정효과(Sedative Effect)라고 할 수 있다.
• 라벤더(Lavandula angustifolia): 리날룰(Linalool), 리날릴 아세테이트(Linalyl acetate)가 신경계를 안정시켜 수면의 질을 향상한다.
• 베르가못(Bergamot): 모노테르펜 성분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을 낮추어 불안을 완화한다.
• 네롤리(Neroli): 플라보노이드가 중추신경계 신호를 조율해 긴장 완화에 기여한다.
이들은 뇌의 변연계(Limbic System)에 작용하여 정서적 안정과 심리적 평온을 유도한다. 그러나 약물처럼 “즉각적 억제”가 아니라, “서서히 균형을 회복시키는 것”이라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이 점이 아로마테라피가 슬로우 테라피(Slow Therapy)라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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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현대의학과 아로마테라피의 비교
구분 | 현대의학적 약물치료 | 메디컬 아로마테라피 |
효과 발현 속도 | 빠름 (복용 후 수십 분 내 효과) | 느림 (반복적 사용, 수일~수주 필요) |
작용 방식 | 신경전달 억제, 호르몬 조절 등 ‘강제적’ 억제 | 자율신경계•호르몬 리듬을 ‘점진적’으로 조율 |
치료 범위 | 불면•불안 증상 자체를 억제 | 불면•불안의 근본 원인(스트레스•신경 불균형•정서적 문제)까지 접근 |
부작용 | 의존성•내성•집중력 저하•간/신장 부담 | 피부 자극•알레르기 가능성 있으나 상대적으로 경미 |
지속성 | 약물 중단 시 재발 위험 높음 | 습관화 시 장기적 효과 유지 가능 |
환자 경험 | 즉각적 안정감, 그러나 점점 약에 의존 | 천천히 개선되나 일상 속 루틴과 결합해 심리적 주체성 강화 |
치유 관점 | 증상 억제 중심 (Symptom-oriented) | 전체적 회복 중심 (Holistic Heal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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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불면증 사례 – 두 접근의 차이
• 현대의학적 치료: 환자가 수면제를 복용하면 강제적으로 신경 활동이 억제되어 수면이 온다. 그러나 숙면보다는 ‘약물성 수면’에 가까우며, 아침에 잔여 졸림과 피로가 남을 수 있다.
• 아로마테라피: 라벤더와 베르가못을 침구 주변에 디퓨징하거나, 마조람 블렌딩 오일을 목과 어깨에 도포하면 체온 리듬과 뇌파가 점차 안정되며 자연적 수면이 찾아온다. 효과는 느리지만, 숙면의 질이 높아지고 장기적으로 약물 없이도 수면 패턴이 회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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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불안증 사례 – 억제 vs. 재조율
• 현대의학적 치료: 항불안제를 복용하면 신경전달물질의 과 흥분이 즉시 차단된다. 하지만 원인을 다루지 못하고, 중단 시 불안이 다시 증폭될 수 있다.
• 아로마테라피: 네롤리, 로만 캐모마일, 프랑킨센스(Frankincense) 등을 블렌딩하여 흡입하면 호흡이 안정되고, 불안과 함께 나타나는 심박수•근 긴장 증가도 서서히 완화된다. 이 과정에서 환자는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고 조절하는 주체적 경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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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슬로우 테라피(Slow Therapy)’의 좋은 점
아로마테라피가 느리다는 사실은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강점이다. 다음의 내용이 이를 설명한다.
1. 부작용이 적다 – 약물의 의존, 내성 문제 없이 안전하다.
2. 삶에 녹아 든다 – 단순 치료가 아니라 일상 루틴으로 습관화된다.
3. 근본을 다스린다 – 불면증, 불안증 뿐 아니라, 그 뿌리에 있는 스트레스, 우울, 신경 불균형까지 함께 회복된다.
4. 주체적 경험 – 환자가 스스로 향을 선택하고 사용함으로써 치료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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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결론 – 빠른 약과 느린 향, 그 선택의 문제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는 고통에 취약하다. 돌이켜 보면, 견딜 수 없었던 고통도 아니었는데, 왜 그리 조급하고 못 참았을까 하는 후회가 드는 경우가 많다.
물론 모든 질병에 대해 참을 필요는 없다. 무조건 증상을 참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선택이다. 하지만, 병증에 따라, 아로마테라피는 병증의 근본 원인을 치유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멋진 선택이 될 수 있다.
아로마테라피스트는 아로마테라피를 원하는 분들에게 한가지만 이야기하면 된다.
현대의학은 ‘빠른 해법’을, 아로마테라피는 ‘느린 치유’를 제공하며, 현대 약물은 단기간에 위기를 해결하지만 대가를 남기게 되고, 아로마테라피는 시간이 걸리지만 근본적 회복을 가능하게 한다.
“빠른 약은 즉시 꺼버리는 스위치, 느린 향은 삶을 조율하는 빛의 디머 스위치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비유는 아로마테라피의 본질을 설명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언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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