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의 친유성과 친수성을 섞기 위한 유화제, 이에 대한 과학과 논쟁


에센셜오일(essential oil)은 식물의 향기와 약리적 특성을 농축한 천연 물질로, 아로마테라피(aromatherapy)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에센셜오일은 화학적으로는 대부분 지용성, 즉 ‘친유성(lipophilic)’ 성질을 가지며, 물에는 잘 섞이지 않는다. 반면, 일부 에센셜오일 중에는 물에 잘 섞이는 특성을 가진 수용성(hydrophilic) 추출물의 특성을 가진 오일들이 있다.


이러한 성질의 차이는 실제 에센셜오일들이 섞이는 블렌딩이나 사용 과정에서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며, 이를 중재하는 것이 바로 유화제(emulsifier)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로마테라피 협회나 민간 레시피에서는 이와 같은 유화제의 사용이 일반적이지 않다. 심지어 “오일과 물은 사용 직전에 흔들면 된다”거나 “약간의 알코올이나 캐리어 오일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의 선두주자인 일본 메디컬 아로마테라피 협회(JMAA, Japan Medical Aromatherapy Association)는 오일들의 친유성과 친수성 이라는 과학적 특성에 주목하여, JMAA 고유의 레시피에 대해 유화제의 사용을 명시적으로 강조한다.


예를 들어, 물 성분과 기름 성분이 섞이는 수제 스프레이나 미스트, 젤 제형에서는 반드시 유화제를 통해 두 상을 안정화시키고, 성분의 일관된 효과 전달을 유도한다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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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AA의 유화제(하이브리드 오일)

JMAA의 ‘유화제 강조’는 과도한 기준인가?

JMAA가 유화제 사용을 고집하는 배경에는 의학적 아로마테라피(medical aromatherapy)라는 정체성이 있다. 일반적인 방향 목적의 아로마테라피가 ‘향기’를 중심으로 한 정서적 안정과 힐링을 추구하는 반면, JMAA의 메디컬 아로마테라피는 ‘약리 성분의 전달’과 ‘인체에 대한 실제 효과’를 보다 중요시한다.


예컨대, 라벤더(Lavandula angustifolia) 에센셜오일은 심신안정(Relaxing) 효과뿐 아니라 항염(anti-inflammatory)과 진정(sedative) 작용도 있으며, 티트리(Tea Tree, Melaleuca alternifolia)는 항균(antibacterial)과 항바이러스(antiviral) 기능으로도 널리 쓰인다.


이와 같은 약리 효능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에센셜오일 성분이 피부나 점막에 균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유화제의 역할이 필수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JMAA의 관점이다.


또한 JMAA의 레시피는 전문 자격자에 의해 운영되며, 특히 환자나 반려동물처럼 민감한 대상에게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오일의 분산과 흡수에 있어 과학적, 안전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유화제는 단순히 ‘잘 섞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약리효과를 정확히 전달하고, 알레르기나 자극을 방지하는 일종의 ‘약제적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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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협회나 실무자들은 왜 유화제를 사용하지 않을까?

반면, 국제 아로마테라피 연맹(IFPA)이나 프랑스의 발레리 앤 워시, 미국의 NAHA(National Association for Holistic Aromatherapy) 등에서는 유화제 사용을 필수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들의 입장은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된다.


첫째는 전통적인 방향요법의 틀이다.


아로마테라피는 본래 향기를 이용해 신경계와 호르몬계를 조율하는 접근이며, 피부에 직접적 침투를 통한 약리효과보다는 후각 경로와 감정의 조화를 중요시한다. 이러한 방식에서는 오일의 물리적 분산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둘째는 단순성과 접근성이다.


많은 에센셜오일 자가치료자나 초보자에게 있어 유화제는 추가 비용과 조제의 번거로움을 유발한다. 대신 알코올이나 글리세린, 캐리어오일 베이스(carrier Oil) 등으로 간편하게 희석하거나, 소분기에 흔들어서 사용하는 방식이 더 선호된다. 또한 유화제가 화학적으로 안정된 합성물인 경우, 이를 피하려는 ‘천연주의’ 성향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유화제의 사용 여부는 치유 효과를 얼마나 정확히 전달하고자 하는가 라는 질문과 연결된다. JMAA는 효과 중심, 즉 의학적 전달 메커니즘을 중요시하고, 다른 협회는 보다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사용을 강조한다. 즉, 철학의 차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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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제 사용,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보기

현대 아로마테라피는 단순한 ‘향기 요법’을 넘어, 피부질환, 염증, 면역 조절 등 다양한 영역으로 적용분야가 확장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에센셜오일이 어떤 경로로 흡수되고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를 보다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친유성과 친수성이라는 물리적 특성은 단지 실험실의 수치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스프레이나 블렌딩 오일 등의 트리트먼트 오일에 그대로 반영되며, 그 효과와 안정성에 직결된다.


결론적으로 JMAA의 유화제 사용이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천연물질로 만들어진 JMAA 유화제인 일명 '하이브르드 오일'은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의 정체성과 철학, 안전성과 효과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사용자가 이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목적과 대상, 사용하는 환경에 따라 유화제의 필요성은 달라질 수 있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효과가 무엇인지를 먼저 정의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단지 ‘레시피의 편리함’만을 따르기보다, 에센셜오일이 가진 과학적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조제법과 원칙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화제는 그런 과정의 적합한 보조재료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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